차를 오래 타지 않는 일본인(자동차세, 차량검사, 해외수출)
솔직히 저는 일본 사람들이 차를 오래 탄다고 믿어 왔습니다. 워낙 품질 좋기로 유명한 나라니까, 당연히 10만 km, 20만 km까지 굴리는 게 당연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일본 중고차 시장을 들여다보니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5만 km도 안 된 차를 팔고, 새 차로 갈아타는 구조가 세금과 제도 안에 촘촘하게 설계돼 있었습니다.
일본 자동차 시장, 숫자로 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일본의 총 인구는 약 1억 2,300만 명입니다. 우리나라보다 2.3배 정도 많으니 차도 그만큼 많겠다 싶지만, 실제로 차를 어떻게 쓰는지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일본 국내 등록 차량은 약 8,220만 대, 한국은 약 2,400만 대로 대략 3.5배 차이가 납니다. 신차 판매량도 일본이 연간 459만 대, 한국이 190만 대 이상으로 일본이 두 배 넘게 팔립니다. 숫자만 보면 일본이 압도적인 자동차 대국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중고차 매물입니다. 한국 엔카에서 2011년식 이후 10만 km 이상 중고차를 검색하면 약 2만 2천 대가 나옵니다. 일본 카센스에서 같은 조건으로 검색하면 1만 7천 대, 무려 5천 대가 적습니다. 시장 규모 자체가 훨씬 큰 나라인데도 고주행 중고차는 오히려 더 적다는 거죠. 게다가 일본 중고차 사이트에서는 15만 km 이상은 아예 검색 자체가 안 됩니다. 그 이상 타면 팔릴 거라는 기대 자체를 하지 않는 겁니다.
제가 경험한 일본 지방 소도시 이야기를 잠깐 하면, 대중교통이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에만 운행되는 곳도 꽤 있었습니다. 버스 회사가 적자에 시달리다 못해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곳에서는 차 없이는 생활 자체가 불편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연간 평균 주행거리(走行距離)로 따지면 겨우 6,000km를 탑니다. 연간 주행거리란 1년 동안 차로 이동한 총 거리를 의미하는데, 한국 전국 평균이 연간 1만 5천~2만 km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됩니다. 1만 km 이상 타는 일본인 비율은 10%도 안 된다고 하니, 도대체 왜 그럴까요?
대도시로 가면 이유가 명확합니다. 도쿄나 오사카 같은 곳은 회사에 무료 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주차비만으로도 상당한 고정 지출이 생깁니다. 대중교통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으니 굳이 차를 끌고 나갈 이유가 없는 거죠. 반면 지방은 차가 없으면 불편하지만 갈 곳이 많지 않아 주행거리 자체가 쌓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양쪽 모두 짧은 주행거리로 수렴하는 구조입니다.
자동차를 오래 타면 세금이 불어나는 구조
그렇다면 일본에서 차를 자주 바꾸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요? 저는 이 부분이 제일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세금과 차량검사(車両検査) 제도입니다. 차량검사란 자동차가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주기적으로 국가가 확인하는 제도인데, 일본에서는 신차 구매 후 3년 시점에 첫 검사를 받고 이후 2년마다 반복합니다.
여기서 중량세(重量税)라는 세금이 등장합니다. 중량세란 차량의 무게에 비례해 부과되는 세금으로, 차량검사를 받을 때마다 납부해야 합니다. 이것과 별개로 배기량에 따라 매년 납부하는 자동차세(自動車税)도 있습니다. 두 가지 세금이 동시에 부과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더 결정적인 건 연식이 쌓일수록 세금이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등록 후 13년 이상 된 차량에는 추가 중과세(重課税)가 붙습니다. 중과세란 일반 세율보다 높은 비율로 부과하는 세금을 뜻하는데, 이렇게 되면 오래 탈수록 손해인 구조가 됩니다. 국산차 기준으로 검사 비용은 중량세 포함 약 41만 원부터 시작하는데, 차 상태에 따라 부품 교체와 공임이 추가되면 10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합니다.
수입차는 더 심각합니다. 기본 검사 비용만 약 89만 원에서 시작해서 120만 원까지 올라가고, 여기에 부품 비용이 따로 붙습니다. 고장이 없어도 검사 때 예방적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외제차 유지비가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불어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정도라면 새 차를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거죠.
일본과 한국의 구체적인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연간 평균 주행거리: 일본 약 6,000km, 한국 약 1만 5천~2만 km
- 10년 이상·10만 km 이상 BMW·벤츠·아우디 중고 매물: 일본 390대, 한국 5,300대
- 13년 이상 차량에 중과세 부과로 오래 탈수록 세금 부담 가중
- 수입차 차량검사 비용: 기본 89만 원~120만 원(부품비 별도)
- 일본 중고차 사이트 검색 상한선: 15만 km(그 이상은 매물 자체가 거의 없음)
이 수치를 보고 나서 저는 솔직히 좀 씁쓸했습니다. 세금 제도가 자동차 제조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짜여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소비자 입장에서 오래 타고 싶어도 탈 수가 없는 구조라는 게 과연 소비자를 위한 건지, 제조사를 위한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동차 관련 세금 안내를 보면 중량세와 자동차세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로 13년 초과 차량에 대한 중과 비율이 상당합니다.
일본 중고차는 어디로 사라지는가
그렇다면 일본에서 소비되지 못한 10만 km 이상의 중고차들은 어디로 갈까요? 답은 해외 수출입니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고주행 차량들은 주로 우핸들(右ハンドル) 지역, 즉 영국과 같은 방향으로 운전대가 설계된 국가들로 수출됩니다. 우핸들 지역이란 차량 운전석이 오른쪽에 위치한 국가들을 묶어 부르는 표현으로, 호주, 뉴질랜드, 케냐, 파키스탄 등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흥미롭다고 느낀 건 '역설'입니다. 일본에서 오래된 차 취급을 받는 차량이 해외에서는 상태 좋은 중고차로 통한다는 거죠. 엄격한 차량검사 제도 덕분에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고 교체해야 했던 차들이니, 실제로 부품 상태가 나쁘지 않습니다. 일본 중고차가 해외에서 '튼튼하다'는 인식을 얻게 된 것도 이 검사 제도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차(軽自動車)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경차란 일본 기준으로 배기량 660cc 이하, 전장 3,400mm 이하의 소형 차량을 말하는데, 자동차세와 중량세 모두 일반 차량보다 훨씬 낮게 책정됩니다. 높은 유지비 부담이 있는 일본에서 경차 선호도가 높은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차 판매 비율은 한국보다 약 17배나 높다고 하니, 세금 구조가 소비자의 선택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 가지 더, 일본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8곳입니다. 각 회사에서 한 해에 신차를 두 모델만 출시해도 16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셈입니다. 매년 이렇게 새 모델이 나오고, 소비자는 세금 구조 때문에 교체를 선택하게 되는 흐름이 계속된다면, 중고차 시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주행거리의 매물로 가득 찰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JADA) 통계를 보면 연도별 신차 판매 흐름과 차종별 비율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본에서 10만 km 이상 중고차를 구매하기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A. 일본은 자동차 차량검사 제도와 중과세 구조 때문에 차를 오래 타는 것이 비용적으로 불리합니다. 13년 이상 된 차량에는 추가 세금이 붙고, 검사 비용도 해마다 부담이 커져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교체 시점을 앞당기게 됩니다. 그 결과 10만 km를 넘기기 전에 매물로 나오는 차들이 많아서, 고주행 중고차 자체가 시장에 많지 않습니다.
Q. 일본 중고차가 해외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엄격한 차량검사 제도 덕분에 정기적으로 부품 교체와 점검이 이루어진 차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내수 시장에서는 오래된 차 취급을 받더라도, 실제 차량 상태는 관리가 잘 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핸들을 사용하는 호주, 뉴질랜드,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에서 수요가 높습니다.
Q. 일본에서 경차를 많이 타는 이유가 세금 때문인가요?
A. 세금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경차는 자동차세와 중량세가 일반 차량보다 훨씬 낮아 연간 유지비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거기에 주차비나 고속도로 통행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유지비 전반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Q.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이용 방식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뭔가요?
A. 도시 구조와 대중교통 인프라, 그리고 세금 제도의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한국 서울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약 36km로 전국 평균도 39km 수준인데, 연간으로 환산하면 1만 5천 km를 훌쩍 넘습니다. 반면 일본은 대도시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고, 지방도 주행 거리가 짧아 양쪽 모두 연간 6,000km 수준으로 수렴하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일본의 자동차 제도를 들여다보면, 소비자의 선택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 구조적으로 유도된 결과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차를 오래 타고 싶어도 세금이 불어나고, 검사 비용이 쌓이니 새 차로 갈아타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거죠. 만약 일본 여행이나 거주를 고려하고 있고 차 구매를 생각한다면, 주행거리보다 연식과 검사 이력을 꼭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유지비 구조를 모르고 들어가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auMcaFYs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