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기 전 외치는 '이타다키마스'(정령신앙, 메이와쿠, 수치심문화)
일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저는 꽤 이상한 장면을 반복해서 목격했습니다. 혼자 들어온 손님이 음식을 받자마자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조용히 손을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이타다키마스'라는 그 짧은 말 한마디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열쇠였다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허공을 향한 인사,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24시간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자정이 넘어서도 혼밥 손님이 적지 않았습니다. 저는 홀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 반복되었습니다. 핸드폰을 보다가 음식이 나오는 순간 딱 멈추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다음 아주 작은 소리로 읊조리는 것이었습니다. 상대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머니가 밥상을 차려주시면 "잘 먹겠습니다" 하고 어머니를 보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감사의 방향이 언제나 사람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손님들은 음식 앞에서,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이상한 습관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타다키마스의 어원은 일본어 동사 '이타다쿠(頂く)'입니다. '받다'라는 뜻인데, 그냥 받는 게 아니라 위에서 내려준 것을 머리 위로 받들어 받는다는 공손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번역하면 '잘 먹겠습니다'가 아니라 '겸허히 받겠습니다'에 훨씬 가깝습니다. 원래는 귀족이나 무사 계층이 신에게 바친 음식을 하사 받을 때 쓰던 궁중 언어였는데, 불교의 영향을 받아 서민층까지 퍼진 표현입니다.
특히 정토진종(淨土眞宗) 계열 사찰에서는 식사 전 자신의 입으로 들어오는 생명에 대해 소리 내어 감사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정토진종이란 일본 불교의 한 종파로, 아미타불에 대한 귀의와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강조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켰다는 죄의식, 거기서 오는 부채감이 이 인사의 출발점이었던 셈입니다.
정령신앙과 메이와쿠, 혼자서도 인사하는 진짜 이유
일본에는 애니미즘(Animism), 즉 정령신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애니미즘이란 자연계의 모든 사물과 현상에 영혼이나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세계관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야오요로즈노카미(八百万の神)', 흔히 '800만의 신'이라고 표현합니다. 쌀 한 톨, 생선 한 토막에도 제각각의 영혼이 있다는 믿음이죠.
이 관점에서 보면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면서도 이타다키마스를 하는 이유가 비로소 납득됩니다. 대화 상대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해 생명을 내어준 정령이 엄연히 거기 있고, 그 앞에서 인사를 생략하는 건 심각한 결례가 됩니다.
여기서 메이와쿠(迷惑)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메이와쿠란 타인에게 불편이나 피해를 끼치는 행위를 뜻하는 일본의 핵심 사회 규범입니다. 보통은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일본인에게는 나를 위해 희생된 생명의 정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도 메이와쿠에 해당합니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더 정중히 손을 모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수치심 문화(恥の文化)가 있습니다. 수치심 문화란 타인의 시선보다 스스로가 규범을 지켰는가에 대한 내면의 자기 검열이 행동을 통제하는 문화를 말합니다.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 사회를 분석할 때 제시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혼자 있을 때 이타다키마스를 외치는 행위는 '나는 도리를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려는 자기 고백인 셈입니다.
실제로 NHK 방송문화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조사에서 식사 전 이타다키마스를 한다고 답한 일본인 비율은 90%를 웃돕니다. 혼자 있을 때도 한다는 응답이 60~70%에 달하고, 이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실망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습니다.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사회적 규범이 된 것입니다.
각 문화권이 식사 전 인사를 어디를 향해 건네는지 비교해보면 세계관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 한국: 밥상을 차려준 사람, 즉 사람과의 관계를 향한 감사
- 일본: 눈앞의 음식 안에 깃든 생명과 정령을 향한 감사
- 기독교·이슬람 문화권: 풍요를 허락한 절대적 창조주를 향한 감사
- 중국: 감사 표현보다 함께 먹는 행위 자체, 화합을 중시
- 프랑스·독일: 감사보다는 즐거운 식사를 함께 나누자는 사교적 인사
제가 경험상 느낀 건, 이 다섯 가지 중 가장 독특한 것이 일본이라는 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누군가'를 향하지만, 일본만 유일하게 음식 그 자체, 사물과의 일대일 교감을 향합니다.
연애와 결혼 시장에서도 작동하는 2초짜리 필터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일본인 동료가 있었는데, 어느 날 데이트 이야기를 하다가 "이타다키마스 안 하는 남자는 다시 안 만난다"는 말을 아주 단호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까다로운 성격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꽤 보편적인 기준이었습니다.
일본의 연애 관련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식사 예절로 상대에게 환멸을 느낀다는 여성은 70%를 웃돌지만, 남성은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남성들은 상대가 인사를 생략해도 "배가 많이 고픈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온도 차가 꽤 극명합니다.
여성들이 유독 이 2~3초에 민감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가정교육의 문제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을 단순히 예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찍습니다. 둘째는 감수성의 문제입니다. 눈앞의 생명에 감사할 줄 모르는 태도는 타인의 수고와 정성에도 무감각할 것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셋째가 가장 결정적인데, 공감 능력과의 연결입니다. 작은 감사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나중에 파트너로서, 부모로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를 이 짧은 인사에서 미리 점쳐보는 것입니다.
이타다키마스를 둘러싼 갈등이 사회적으로 불거진 적도 있었습니다. 도쿄 인근 일부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급식비를 내고 있는데 왜 아이가 고개를 숙여야 하냐"며 식사 인사를 거부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여론은 압도적으로 비판적이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文部科學省)은 이후 오히려 식생활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했습니다. 쌀이 어디서 오는지, 생선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생명이 사라지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생각이 조금 복잡해집니다. 일본인들이 이 인사를 진심으로 느끼며 하는지, 아니면 그저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조건반사에 가까운 것인지 솔직히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군국주의 시절 학교에서 모든 아이가 동시에 같은 구호를 외치도록 훈련한 역사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 2초가 습관이든 신앙이든, 음식 앞에서 잠깐 멈추는 그 행위 자체가 만들어내는 태도는 분명 다르다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타다키마스를 혼자 밥 먹을 때도 하는 이유가 뭔가요?
A. 일본의 정령신앙(애니미즘)에 따르면 음식 안에는 생명의 정령이 깃들어 있습니다. 감사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음식 그 자체이기 때문에, 혼자 있어도 인사가 성립합니다. 이 인사를 생략하는 건 그 정령에 대한 무례, 즉 메이와쿠가 된다고 여깁니다.
Q. 이타다키마스를 정확히 번역하면 어떤 뜻인가요?
A. 흔히 "잘 먹겠습니다"로 번역되지만, 어원상 의미는 "겸허히 받겠습니다"에 가깝습니다. 동사 '이타다쿠(頂く)'는 위에서 내려준 것을 머리 위로 받들어 받는다는 매우 공손한 표현으로, 원래 궁중 언어였습니다.
Q. 일본에서 이타다키마스를 안 하면 정말 분위기가 이상해지나요?
A. 제 경험상 노골적으로 뭐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상대가 속으로 적잖이 실망한다고 봐야 합니다. 특히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는 데이트 상대나 결혼 상대를 평가할 때 이 인사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비율이 70%를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Q. 이타다키마스는 종교적인 인사인가요, 아니면 그냥 예절인가요?
A. 뿌리는 불교와 신도(神道)의 정령신앙에 있지만, 현재는 특정 종교를 믿지 않아도 누구나 지키는 보편적인 생활 예절로 자리 잡았습니다. 근대 이후 학교 교육을 통해 국민적 루틴이 되었기 때문에, 종교보다는 문화적 규범에 가깝습니다.
Q. 식사 후 "고치소우사마데시타"는 어떤 의미인가요?
A. 고치소우사마데시타(ご馳走様でした)는 식사를 마치며 하는 인사말로, "잘 먹었습니다"에 해당합니다. '치소우(馳走)'는 원래 말을 달려 음식 재료를 구해온다는 뜻으로, 이 한 끼를 위해 수고한 모든 존재에게 감사를 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타다키마스와 한 쌍을 이루는 표현입니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 시절, 저는 이타다키마스를 그냥 이상한 습관이라고 넘겼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2초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지 새삼 실감합니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느낀 건, 식사 전 잠깐 멈추는 그 행위가 형태는 달라도 어느 문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대상이 신이든, 가족이든, 생명의 정령이든, 결국 내 앞에 놓인 한 그릇이 저절로 생겨난 게 아니라는 걸 기억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0PwI3btsiM&t=292s